[환경과 경제5] 한국은 왜 일본보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더 많이 버릴까?- 한·일 폐기물 비교가 던지는 불편한 질문

최근 국립환경과학원과 일본 국립환경연구소가 공동으로 발표한 한·일 폐기물 비교 자료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번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일본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일본의 인구가 한국보다 약 2.5배 많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오히려 한국이 더 많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한국이 분리수거를 잘하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국제적으로도 한국의 재활용률은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은 일본보다 훨씬 많을까요? 단순히 국민의 환경의식 문제일까요, 아니면 사회 구조 자체의 차이일까요? 이번 통계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폐기물 처리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1. 한국의 쓰레기는 늘고 일본의 쓰레기는 줄고 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하루 생활폐기물 배출량은 2014년 0.95kg에서 2023년 1.17kg 수준으로 증가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같은 기간 0.95kg에서 0.85kg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2014년에는 거의 비슷했던 양국의 생활폐기물 배출량이 10년 만에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것입니다. 전체 생활폐기물 발생량 역시 일본이 더 많기는 하지만 인구 규모를 감안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일본 인구는 한국보다 약 2.5배 많지만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오히려 한국이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인구 차이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결국 생활 방식과 소비 구조 자체가 상당히 다르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 한국은 재활용을 잘하지만 쓰레기를 많이 만듭니다

여기서 폐기물 처리의 우선순위를 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폐기물 관리는 다음과 같은 4가지가 있고 이를 4R이라고 합니다. 먼저 발생원 감축 (Source Reduction)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재활용(Recycling)이고 그다음이 매립 (Landfilling)과 소각(Incieration)이 있습니다. 발생원감축을 1st R, 재활용을 2nd R, 매립을 3rd R 그리고 소각을 4th R이라고 하며 소각은 최근 일부 국가에서 폐기물 에너지화(Waste to Energy) 방식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4R중 발생원 감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한일폐기물 비교자료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한국은 재활용률에서 일본을 크게 앞서고 있습니다. 한국의 생활폐기물 재활용률은 약 70% 수준인 반면 일본은 약 19.6%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재활용률이 높다고 해서 쓰레기가 적게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쉽게 말하면 한국은 많은 쓰레기를 만들고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을 재활용하는 구조입니다. 반면 일본은 처음부터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이는 방향에 더 가까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이것은 사후 처리 중심 정책과 사전 예방 중심 정책의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발생한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상대적으로 집중해 왔습니다. 반면 일본은 쓰레기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3. 왜 한국은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을까?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는 배달문화와 편의 중심 소비문화입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배달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음식 주문 후 수십 분 안에 배달되는 서비스는 매우 편리하지만 그만큼 일회용 용기 사용량도 증가합니다. 커피 한 잔을 주문해도 컵과 뚜껑, 빨대, 포장재가 함께 사용됩니다. 음식 배달 한 번에도 다양한 플라스틱 용기가 소비됩니다.

온라인 쇼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자상거래가 확대되면서 택배 포장재 사용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상품 하나를 배송하기 위해 여러 겹의 포장재가 사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결국 소비자의 편의성이 높아질수록 플라스틱 사용량 역시 증가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입니다.

4. 일본은 왜 다른 길을 걸었을까?

일본은 오랫동안 소각 중심의 폐기물 처리 체계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국토가 좁고 산지가 많아 매립지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일본은 쓰레기를 매립하기보다 소각을 통해 처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발전시켰습니다. 현재 일본의 생활폐기물 가운데 상당 부분은 소각 처리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은 지방자치단체별로 매우 엄격한 분리배출 기준을 운영합니다. 지역에 따라 분리수거 규정이 다르며 배출 요일도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이 번거롭다는 비판도 존재하지만 결과적으로 폐기물 발생 자체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일본 소비자들 역시 제품 구매 단계에서 과대포장 여부를 비교적 민감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일본이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소각 과정에서 탄소 배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소각시설 유지 비용도 상당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쓰레기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데는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5. 재활용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환경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처음부터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상술한 ‘발생원 감축(Source Reduction)’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100개를 사용한 뒤 80개를 재활용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플라스틱 사용량을 50개로 줄이는 것이 환경적으로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재활용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재활용 중심 정책에서 발생원 감축 정책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배달용기, 택배 포장재,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6. 환경문제는 결국 경제문제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환경문제를 도덕적 문제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보면 환경문제는 자원의 효율적 사용 문제입니다. 플라스틱 생산에는 석유와 에너지, 물류비용이 투입됩니다. 폐기 이후에도 수거와 재활용, 소각과 매립 비용이 발생합니다. 결국 쓰레기가 많아질수록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 역시 증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환경보호는 단순히 자연을 위한 일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7. 마무리

이번 한·일 폐기물 비교 자료는 단순히 어느 나라가 환경을 더 잘 지키느냐를 보여주는 자료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사회의 소비 구조와 생활 방식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자료에 가깝습니다. 한국은 높은 재활용률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역시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현실도 확인되었습니다. 반면 일본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폐기물 발생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꾸준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재활용률 경쟁이 아닐 수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재활용하느냐보다 얼마나 적은 쓰레기를 만들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통계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환경문제의 해답은 쓰레기를 잘 처리하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쓰레기가 덜 발생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댓글 남기기

김박사의 시사.경제 브리핑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