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개혁1] 전세가격 통제하면서 빌라 공급 늘리겠다고?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전세가격을 안정시키고 임차인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동시에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와 빌라 공급 확대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두 정책은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전세가격을 통제하면서 동시에 빌라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은 상당한 모순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가격은 공급자와 수요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신호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가격 기능을 제한하면서 공급 확대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문제입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전세사기 사태, 보증보험 규제 강화, 다주택 규제, 금융규제 확대 등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비아파트 시장은 심각한 위축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 확대를 외치면서 가격 상승은 막겠다는 정책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가격은 시장의 언어입니다

경제학에서는 가격을 시장의 언어라고 설명합니다. 가격은 시장 참가자들에게 부족함과 풍부함을 알려주는 신호체계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전세 수요가 급증하면 전세가격은 상승하게 됩니다. 가격 상승은 해당 지역에 주택이 부족하다는 정보를 시장에 전달합니다. 그러면 투자자와 공급자는 새로운 주택 공급을 검토하게 되고 결국 공급이 증가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완화됩니다.

반대로 수요가 감소하면 가격은 하락합니다. 공급자는 신규 투자를 줄이게 되고 시장은 다시 균형을 찾아갑니다. 이처럼 가격은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장치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가격 상승 자체를 정책적으로 억누르기 시작하면 공급자 입장에서는 시장 신호를 제대로 읽기 어려워집니다. 공급 확대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투자 유인이 약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2. 비아파트(빌라 및 오피스텔 등) 공급은 누가 하는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주택 공급을 정부가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빌라 공급의 상당 부분은 민간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소규모 시행사, 건축주, 임대사업자, 개인 투자자들이 토지를 매입하고 자금을 조달하여 빌라를 건설합니다. 이들은 공익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수익을 기대하며 시장에 참여합니다. 만약 예상 수익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어느 누구도 위험을 감수하며 신규 공급에 나서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건축비가 상승하고 금리가 높아졌는데 임대수익은 제한된다면 신규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최근처럼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결국 공급 확대를 원한다면 공급자의 경제적 유인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3. 전세시장은 일반 임대시장과 다릅니다

한국의 전세제도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독특한 제도입니다. 전세는 단순한 임대차 계약이 아니라 금융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임차인은 목돈을 맡기고 거주권을 확보하며 임대인은 그 자금을 활용해 투자하거나 부채를 상환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의 전세제도는 서민 주거안정과 주택 공급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특히 빌라 시장에서는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공급 구조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건축주와 임대사업자는 전세보증금을 활용하여 사업자금을 조달했고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적은 자기자본으로도 주택 공급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보증보험 규제 강화와 금융규제 확대 이후 이러한 구조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4. 최근 빌라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진짜 이유

현재 언론과 전문가들은 최근 빌라시장 침체 원인으로 전세사기, 금리상승, 경기둔화, 부동산 경기침체 등을 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요인들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최근 비아파트 시장이 사실상 붕괴 수준까지 위축된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시장에서는 보증보험 가입 가능 금액을 공시가격의 약 126% 수준으로 제한하는 현행 제도를 일명 ‘126 전세가격통제’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필자는 최근 빌라시장 위축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으로 이른바 ‘126 전세가격통제’ 정책을 지목하고자 합니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정부와 HUG는 보증보험 가입 가능 금액을 공시가격 일정 비율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임차인 보호를 위한 조치였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전세가격 상한제와 유사한 효과를 발생시켰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전세사기와 전세사고를 사실상 동일한 범주로 취급했다는 점입니다. 전세사기는 처음부터 임차인의 보증금을 편취할 의도를 가진 범죄행위입니다. 반면 전세사고는 시장가격 하락, 역전세, 경기침체, 금리변화 등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민사적 위험입니다. 두 현상은 발생 원인도 다르고 정책 대응도 달라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책은 전세사기와 전세사고를 충분히 구분하지 않은 채 동일한 규제 틀 안에서 처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 정상적으로 임대사업을 영위하던 수많은 임대인들까지 사실상 전세사기 세력과 동일한 취급을 받게 되었습니다.

특히 빌라시장은 타격이 더욱 컸습니다. 과거에는 전세보증금을 활용하여 신규 주택 공급이 가능했습니다. 건축주와 임대사업자는 전세보증금을 통해 사업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추가 공급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126 전세가격통제’ 이후 이러한 구조는 급격히 붕괴되기 시작했습니다. 전세가격이 인위적으로 제한되자 사업성이 악화되었고 금융기관 역시 비아파트 시장에 대한 대출을 더욱 보수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신규 공급은 감소했고 기존 공급자들마저 시장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필자는 최근 빌라 공급 소멸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이 전세사기 자체가 아니라 전세사기를 명분으로 도입된 과도한 가격통제와 시장규제에 있다고 판단합니다. 실제로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에도 전세사고는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를 시장위험으로 인식하였으며 전세시장 자체가 붕괴되지는 않았습니다.

반면 최근에는 모든 전세위험을 사실상 전세사기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시장 참여자 전체가 위축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공급 감소, 거래 감소, 투자 감소라는 악순환이 형성되었고 이는 결국 임차인의 선택권 축소와 전세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결과적으로 정상적인 임대시장까지 위축시켰다는 점입니다. 원래 시장에서는 사기와 사고를 구분하여 접근해야 합니다. 사기는 형사처벌의 대상이며 강력한 단속이 필요합니다. 반면 사고는 시장경제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며 금융과 보험을 통해 관리해야 할 대상입니다.

그러나 최근 정책은 두 개념을 충분히 구분하지 못한 채 모든 전세위험을 사실상 전세사기 문제로 접근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그 결과 정상적인 임대인과 악의적 사기범 사이의 경계가 흐려졌고 시장 전체가 규제 대상이 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126 전세가격통제’는 시장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전세가격 형성을 강제하는 효과를 발생시켰으며 이는 사실상 비아파트 시장에 대한 전세가격 상한제로 기능하게 되었습니다. 경제학적으로 가격 상한제는 공급 감소를 초래하는 대표적인 정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전세사기를 막겠다는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공급 감소와 시장 위축을 통해 오히려 임차인의 선택권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한 것입니다. 필자는 최근 빌라시장 붕괴가 시장 실패의 결과라기보다 정책 실패와 정책적 시장왜곡의 결과에 더 가깝다고 판단합니다. 즉 최근 빌라시장 위축은 단순한 시장 침체가 아니라 126 전세가격통제와 전세사고의 전세사기화 과정에서 발생한 정책의 부작용과 정책적 시장왜곡의 결과로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5. 가격 통제와 공급 확대는 왜 충돌하는가?

경제학 교과서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사례 중 하나가 가격 상한제입니다. 정부가 시장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가격을 제한하면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수요는 증가하지만 공급은 감소합니다. 공급이 줄어들면 시장에서는 물량 부족 현상이 나타납니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정책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해당 물건의 가격 상승과 함께 소비자 역시 피해를 보게 됩니다.

주택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세가격 상승을 억제하면 임차인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급자가 시장을 떠나기 시작하면 결국 임차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물건 자체가 줄어들게 됩니다. 공급이 부족한 시장에서 가격만 억누르는 정책은 지속가능하기 어렵습니다.

6. 다주택 규제의 역설

최근 수년간 한국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다주택 규제였습니다. 정책 목표는 투기 억제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도 나타났습니다. 실제 임대시장에서는 상당수 임대주택이 다주택자에 의해 공급됩니다. 특히 빌라 시장은 그 비중이 더욱 높습니다. 그런데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과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면 신규 투자 역시 감소하게 됩니다. 투자를 하지 않으면 신규 임대주택도 공급되지 않습니다.

실상 경제학에서는 투기와 투자를 같은 개념으로 보고 있습니다. 투자를 했을 때 자본의 회임기간 (수익실현으로 투자금 회수 하는 기간)이 짧으면 투기 (Speculation)라 하고 상대적으로 그 기간이 길면 투자(Investment)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 논리에 따르면 주식이나 코인은 투기이고 부동산 투자는 오히려 투자 개념에 더욱 가까운 것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다주택 규제 및 투기(투자)억제로 인한 임대 공급 감소는 전세가격과 월세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뿐 입니다. 투기(투자)를 억제하려는 정책이 오히려 임차인의 부담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입니다.

7. 공급 확대를 원한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공급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급자가 시장에 참여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합니다.

– 적정 수익성

– 예측 가능한 세금제도

– 안정적인 금융환경

– 시중에서 나오고 있는 일명 ‘126 전세가격통제’ 해제 등 과도하지 않은 규 제

– 시장에 대한 신뢰

반대로 수익은 줄이고 규제는 늘리면서 공급 확대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공급은 명령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공급은 투자유인이 있을 때 자연스럽게 발생합니다.

8. 전세개혁의 출발점은 무엇인가?

전세시장의 안정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전세시장 안정을 가격 통제로만 해결하려는 접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충분한 공급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임차인을 보호하면서도 공급자가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전세사기와 전세사고를 구분하여 전자는 엄격하게 단속하면서 후자는 오히려 지원책을 써서 전세시장을 안정화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전세제도 개혁 역시 이러한 균형 위에서 논의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임대인을 규제하거나 가격을 억누르는 방식만으로는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9. 마무리

최근 정부는 전세가격 안정과 비아파트 공급 확대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격을 통제하면서 공급을 늘리겠다는 정책은 경제학적으로 심각한 모순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가격을 통해 움직입니다. 공급은 수익 기대를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기본 원리를 무시한 채 공급 확대를 유인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현재 빌라시장은 전세사기 사태, 보증보험 규제 강화, 금융규제 확대, 다주택 규제 강화라는 복합적인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 확대를 원한다면 공급자가 왜 시장을 떠나고 있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전세개혁의 핵심은 가격 통제가 아니라 시장 기능을 회복하면서도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앞으로 한국 주택정책이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일 것입니다. 특히 최근 비아파트 시장 붕괴가 ‘126 전세가격통제’와 전세사고의 전세사기화 과정에서 비롯된 정책 실패의 결과라면, 앞으로의 전세개혁은 공급 회복과 시장 신뢰 회복을 중심으로 다시 설계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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